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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 하쿠츠루주조주식회사 (白鶴酒造株式会社)

critique : 9.5 / 10.0
"밸런스 甲"

쌀과 물은 청주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이고, 술의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다보니 야마다니시키(山田錦)와 같은 품종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청주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쌀을 매입하던 시기도 있었고, 규모가 큰 대형메이커의 경우는 아예 농가와 계약을 체결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쌀을 계약재배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라 하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야마다니시키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그 외에는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 이와이(祝), 그리고 야마다니시키의 개량 베이스가 되었던 야마다호(山田穂) 등 다양한 품종이 있습니다만, 이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나 영농법인, 영농연구소 등지에서 개량을 통해 탄생한 품종으로 특정 주조사의 요구가 반영될 수는 있어도 주조사가 직접 이를 진행해나가는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요, 일단 이 술에 사용된 쌀의 경우는 일본에서도 최초로 주조사가 직접 품종의 개량 및 육종을 진행하여 탄생한 쌀이라고 합니다.

하쿠츠루니시키(白鶴錦)는 '어쨌든 대기업' 하쿠츠루에서 개발된 쌀로 '야마다니시키를 뛰어넘는 주조호적미를 만든다'는 것을 모토로 하여, 그 원점이라 할 수 있는 야마다호를 복원하고, 야마다니시키가 만들어진 과정들을 되풀이하여 완성한 야마다니시키의 형제와도 같은 쌀이라고 합니다. 그 특성 자체에 대해서는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쿠츠루니시키는 고사하고, 야마다니시키도 만져본 적이 없는 걸요.(ㅋㅋ) 하쿠츠루에서는 하쿠츠루니시키의 특성에 대해 '야마다니시키에 비해 심백이 크고 단단하며, 단백질의 양이 적다'는 것을 일단 명시해두고 있습니다. 단백질이 적다는 것은 술에 포함되는 잡미의 양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이름의 어원은 '하쿠츠루주조가 키워낸 기대의 쌀'이란 의미라는군요.

참고하실 페이지 : http://www.hakutsuru.co.jp/community/invent/hakutsurunishiki/index.shtml

하쿠츠루에서는 기본적으로 이 하쿠츠루니시키를 이용해 몇 가지의 술을 만들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준마이다이긴죠 하쿠츠루니시키가 있겠습니다만, 오늘 소개하는 것과는 별개의 술로 보입니다.
라벨에도 큼지막하게 '금상수상주'(金賞受賞酒)'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에서 매년 진행되는 '전국신슈감평회'(全国新酒艦評会)에서 금상을 수상한 술이란 의미입니다. 사실 지자케(地酒)메이커에서야 늘 이런 수상내역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크게 홍보하곤 하지만, 하쿠츠루나 겟케이칸(月桂冠)같은 대형메이커에서는 그런 수상내역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크게 홍보하는 경우는 보기가 힘든데요, 아무래도 다이긴죠 하쿠츠루니시키의 경우는 연구실적도 실적이거니와, 애초에 이 술을 만든 목적이 시판용이 아닌, 전국신슈감평회에 출품하기 위한 술이었기 때문에 수상후 해당 탱크의 술을 일반판매용으로 출하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 술의 패키지에는 Premium~限定品~이라는 표기가 적혀있기도 하고요. 하쿠츠루에서 이전에 발매한 바가 있는 '다이긴죠 아사히구라'(大吟醸 旭蔵)와 마찬가지로 일정수량만 한정적으로 판매한다는 이야기겠지요.


제품 자체에 명시된 제조일자는 2011년 11월이었습니다. 병색도 검을 뿐더러, 전용 케이스에 담겨져있고, 지나온 계절이 겨울이기 때문에 술의 색깔 자체는 특별히 황끼가 돌거나 하진 않습니다. 맑은 물에 가까운 투명함이 느껴졌던 것 같고요, 술의 점성(粘性)은 다른 술에 비해서 약하긴 했어도, 그래도 조금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봉해서 잔에 부으면서 놀랐던 것이 향이 아주 풍부하다는 건데요, 향 자체는 멜론계열 긴죠향으로 그리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만, 단지 잔에 붓고 있을 뿐인데도 방안에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그 풍부함은 꽤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다이긴죠급을 마시고 있어도 '향의 풍부함은 그래도 긴죠보다 다이긴죠가 우월하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는데, 이 날은 제가 컨디션이 좋았던 탓인지, 정말로 술이 그래던 탓인지 향의 풍부함에 있어선 그 어떤 술보다 나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우월하구나, 하쿠츠루니시키...

본격시음모드. 밸런스가 정말 甲이시네요. 스펙만 보고 조금은 탄레이(淡麗)한 카라구치(辛口)를 예상했는데, 직접 마셔보니 탄레이한 건 맞는데, 적당한 나카구치(中口)였습니다.
일단 인상적인 건 단맛인데요, '단맛이 느껴진다'고 표현하면 정말 '달달한 술'을 생각해버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표현이 조심스럽습니다만, 일단 이 술에서는 단맛이 느껴지긴 합니다. 근데 정확히 표현하면 우마미(旨み)로 인해 느껴지는 단맛이라는 것이 일단 정답입니다. 그 왜 흔히들 말하는 곡물감이라는 표현 있잖습니까.
사실 저도 단술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어서 조금이라도 단맛이 튀면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불쾌함을 느끼는 편인데, 이 경우는 절제가 참 잘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신맛 역시 적절합니다. 산미는 술의 심심한 맛을 보조해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사케의 경우 이 신맛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혀의 양쪽끝을 저리게 만들어 섬세한 맛을 느끼는데 방해만 될 뿐입니다. 다이긴죠 하쿠츠루니시키의 경우는 적당적당한 수준의 산미가 맛의 균형을 잡아주고, 딱 그만큼의 역할을 해주고 살짝 빠지는 느낌이라 혀를 자극하고, 괴롭힌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너무 절묘하다 싶었습니다.

목넘김 후의 알코올감도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입안에는 살짝 우마미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목구멍 속에 남은 미량의 알코올이 목을 살짝살짝 간지럽힌다고 할까요? 주도가 높은 술이 아니니만큼 아주 따뜻한 느낌까지는 받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 불쾌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일단 향과 밸런스, 이 두 가지에서는 과장 좀 섞어서 신세계를 체험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수상주라는 걸 접하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요, 한정품이기 때문에 시장에 풀린 물량이 소진된다면 앞으로 구할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 약간의 아쉬움이라 할 수 있겠네요.

어쨌든 금상수상주, 하쿠츠루니시키라는 새로운 쌀.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아주 맛있었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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